월간 음악잡지‌ 음악저널 인터뷰


월간 음악잡지‌ 음악저널 인터뷰

INTERVIEW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예원학교‧서울예고‧서울대 학사 및 석사‧인디애나대학교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그녀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강연으로 국가기관, 대기업, 대학교 등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정통 클래식 연주자의 길을 걸어온 그녀가 어떤 계기로 강연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그녀의 예술관은 어떨까.

1)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창작하시기도 합니다. ‘예술가’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시는데 예술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진정한 예술가란 무엇일까, 저도 평소에 곱씹어 보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보통 ‘예술’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거창한 무언가를 상상하지만 예술가라는 것은 직업군이라기보다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예술 분야의 학위를 갖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실천하며 예술적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예술 전공이 아닌 관객들 앞에서 ‘내 안의 예술성 깨우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오신 분들과 그림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각자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창작하며 각자의 예술성을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파악하고,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데 익숙해진다면 우리 모두가 넓은 범위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커넥트아트(ConnectArt.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커넥트아트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창작물을 올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쓰던 그림일기 기억하시나요. 하루 동안 겪었던 일들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하루 동안 받은 영감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맨 처음 그린 것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품 ‘멜로디 Op.42-3’을 듣고 손 가는 대로 그린 그림인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연주 동영상과 그림을 하나씩 엮어서 제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클래식 음악과 추상적인 그림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 불친절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이해를 돕는 글을 곁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특정 클래식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부터 설명하고 그것들을 그림에 어떻게, 어떤 의도로 집어넣었는지 설명하는 식이죠. 이렇게 글‧그림‧음악이라는 세 가지 예술 장르가 합쳐졌기에 ‘커넥트아트’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의 공연‧명화‧사진‧책‧영화‧음식의 맛‧다양한 감정 변화 등에서도 영감을 얻어 그림과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3) 그림, 음악, 해설을 곁들인 강연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음악‧그림‧글과 말에는 친절함의 순서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음악’이 제일 불친절 합니다(웃음). 클래식 음악은 대개 가사가 없고, 작곡가가 어떤 메시지를 어떤 음악적 장치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지 전공자가 아니라면 단번에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색과 형태가 있는 ‘그림’, 그 다음은 ‘글’, 제일 친절한 것은 ‘말’이죠.
저의 강연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특정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제가 그린 그림을 큰 스크린에 띄워놓고, 그 앞에 서서 작곡가와 해당 곡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연주를 합니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이 저를 통해 그림과 해설로 재해석되기 때문에 청중들은 더욱 다각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저의 경험담이나 유머도 많이 넣고요. 강연이 끝나면 와서 말을 거는 분들이 계십니다. ‘강연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게 될 것 같다,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씀 하실 때면 참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4) 음악가들, 특히 중•고등학생들은 방에서 하루 종일 연습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많은 연습량만큼이나 많은 경험을 쌓는 것 역시 중요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학원·집 밖에 모르는 모범생이었습니다(웃음). 1박 2일의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밤새워 연습한 기억도 있고요. 할 줄 아는 것이 바이올린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하니 많은 것이 낯설게 다가왔고 세상에 나서기에 서투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현악과 대표, 오케스트라 총무, 국제음악제 매니저, 대학원 재학 중 오케스트라에 입단해 조직생활도 경험했고요. 그 모든 경험에서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유학이 저의 예술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연주력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외국 친구들과의 소통, 주입식 레슨 스타일에만 익숙해져있던 저에게 음악적 자율성을 부여해주는 선생님과의 만남, 청정 자연 속에서의 생활이 그 동기고요. 손가락만 잘 돌리는 테크니션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예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후배들이 일주일 중 하루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하고, 계절을 느끼며 산책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영감을 차곡차곡 쌓는 날을 만드는거죠. 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5) 좋아하는 예술가는 누구인가요.
앤디 워홀(Andy Warhol)이요. 앤디 워홀은 드로잉‧영화‧광고‧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에서 재능을 보이며 팝아트라는 새로운 흐름을 이끈 현대미술의 아이콘입니다. 그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을 세상에 선보이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멀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또 앤디 워홀은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한다’라는 오래 된 고정관념을 깨트렸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에게는 헝그리정신이 필수라고 말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예술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힘을 내야 나오는 것이지 배고프면 굶어죽어요(웃음). 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동시대 사람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