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날아라 삼계탕> x 피아졸라 <천사의 밀롱가>‌

그림 <날아라 삼계탕> x 피아졸라 <천사의 밀롱가>

‌장마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길고 뜨거운 여름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었죠.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더위에 몸이 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닭이나 개, 팥죽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 전통이 아직까지 내려져 와서 초복, 중복, 말복 이 삼복만큼은 삼계탕집, 보신탕집에 길게 늘어선 줄이 매우 익숙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역마다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산간 지방에서는 복날이면 차가운 계곡으로 가 발을 담그고 시원한 수박을 즐겼다고 합니다. 반면 해안 지방에서는 뜨거운 모래 속에 들어가 찜질하는, 그야말로 이열치열의 자세로 여름 더위와 싸웠다고 합니다.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날아라 삼계탕>으로 다이빙대에서 닭이 점프를 하여 김이 나는 그릇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을 묘사해봤습니다. 어떤 개념이나 단어를 추상적인 그림체로 표현하는 것이 평소에  제가 선호하는 작업 방식인데, 가끔은 이렇게 유치하고 재미있게 만화체로 그리는 작업도 종종 합니다. 사실 ‘삼계탕’ 같이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진지한 그림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들은 이렇게 재미를 담아 부담없이 그립니다.
오늘의 주제 ‘더위’와 관련된 음악을 들려 드릴게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곡가,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천사의 밀롱가>입니다. ‘밀롱가(Milonga)’는 아르헨티나의 전통적인 춤 혹은 음악을 나타내는 말로 탱고의 전신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음악의 느린 템포와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더위라는 주제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골라봤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 음악을 여러 번 듣다보니 어떤 이야기가 연상이 되는데요, 제 머릿속에서 상영되는 짧은 영화라고 하면 될까요.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어둑어둑해진 초 저녁,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아르헨티나 뒷골목의 한 술집. 그 바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 남자가 끈적끈적한 테이블을 청소하다 말고 무대를 바라보며 바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그 관리자는 이제 50이 넘은 중년의 남자로 생기 없는 피부와 희끗희끗한 머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 남자는 20대 때부터 이 바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가게에 처음 온 날, 무대에서 현란하고 끈적하게 춤을 추던 무희 중 한 명을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카르멘 같이 칠흑같이 검은 머리에 빨간 입술을 한 그녀. 그녀는 다른 무희들과는 다르게 항상 감정이 없는 얼굴에 슬픈 눈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느릿느릿 발을 끌며 춤을 출 때면 그 남자는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매력적인 육체뿐만 아니라 속에서 우러 나오는 애수 혹은 무언가가 바 안의 모든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끌던 그녀의 분위기. 그가 무대를 바라보며 첫사랑이었던 그녀를 추억하는 그 시간, 불꺼진 술집에는 삐걱거리며 회전하는 고물 선풍기 소리만이 들릴 뿐입니다.  조금 후에 그 남자는 한숨을 쉬며 닦아도 닦아도 여전히 끈적끈적한 테이블 청소를 마저 하겠죠...

개인적으로 피아졸라의 곡들 중 느리고 애수에 찬 분위기의 곡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피아졸라는 반도네온(아코디언류의 악기)을 잘 아는 상태에서 곡들을 썼기 때문에, 바람의 양으로 속도와 음량을 조절하며 소리를 내는 악기의 특성을 잘 살린 곡들이 많이 작곡했습니다. 반도네온의 애잔하고  슬프고, 아쉬운 감정이 한데 섞여 들리는 소리가 저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무더운 여름 밤, 오늘 소개해드린 곡 <천사의 밀롱가> 를 감상하며 나른하게 잠 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