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장미향 나는 밤> x 드뷔시 <달빛>‌

그림 <장미향 나는 밤> x 드뷔시 <달빛>

‌저는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끼며 종종  산책을 하곤 합니다. 산책 장소로 좋은 곳 중에 하나가 바로 한강변인데요, 높은 건물들로 인해 시야가 답답하고 공해로 찌든 서울 안에서 그나마 가슴이 탁 트이는 경치와 공기를 가진 곳이라서 제가 참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낮에는 돗자리 펴놓고 책을 읽다가 깜빡 낮잠에 들어도 좋고,  6-7경 해가 어스름히 지는 저녁에는 커피를 마시며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아도 좋고,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점점 화려해지는 야경, 빛의 축제를 즐기며 맥주를 한 캔 마셔도 좋더라구요. 산책하기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는 밤! 깜깜한 밤 하늘 속에서 휘황찬란한 야경이 대비되어 더 인상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왠지 모를 로맨틱함이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한강변을 걷다 보면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여유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 강아지와 같이 산책하거나 가볍게 뛰는 조깅족들, 눈 깜빡할 사이에 쌩하고 지나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서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을 즐깁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한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오늘의 주제 ‘밤 산책’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봤어요. 새카만 밤하늘에 은은한 달빛, 그 아래 핀 새빨간 장미꽃의 아득한 향기. 이 모든 것에 압도 당하고 달뜬 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봤어요. 제목은 <장미 향 나는 밤>으로 붓펜과 색연필, 반짝이 펜을 이용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이질적인 재료를 한데 섞어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이 나지 않나요? 이렇게 최대한 다양한 조합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틀에 박힌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그림을 그려서인지 제 머릿속의 느낌을 최대한 창의성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게 제 장점이고 꽤 만족스럽습니다.
이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달빛>을 골라봤어요. 제목에서부터 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곡일 것이라 연상이 되는 음악이죠. 원래는 피아노 솔로 곡인데, 바이올린 혹은 첼로 같은 현악기와 피아노 듀오곡으로 많이 연주됩니다. 제가 들려 드릴 버젼은 보이 소프라노로 구성된 <리베라>라는 팀의 아카펠라 버젼인데요, 티 하나 없이 물방울처럼 맑은 소년들의 목소리가 구름 위를 떠다니는 천사들의 합창을 듣는 듯 세상에서 상처받고 찌든 제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아요.

하루에 30분 정도에 해당하는 산책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온갖 질병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에, 사람에, 공해 속에 찌든 우리 삶 속에서의 꿀처럼 달콤한 휴식시간이자,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됩니다. 베토벤, 괴테 등 위대한 예술가들은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할 시간을 정해놓고 복잡한 머릿 속 정리도 하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린 음악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여러분도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찬찬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