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Fame> x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그림 <Fame> x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저에게 좋아하는 예술가를 몇몇 꼽아 보라고 하면 미국 출신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앤디 워홀이 활동할 당시 일부는 그가 순수 예술의 본질을 떨어뜨리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아티스트라며 손가락질 해댔습니다. 그러나 예술의 경계를 넓고 깊게 확장하고 대중들로 하여금 예술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 그의 역할은 너무나 커서 후대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추앙받고 사랑받는 예술가로 남았습니다.  앤디 워홀은 상업 디자인을 전공해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를 시작으로 나중에는 영화 감독, 화가, 디자이너, 사진 작가, 잡지 편집장,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의 협업, 사교계의 명사로써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었습니다.    

오늘 보여드릴 그림은 앤디 워홀을 일약 스타로 만든, 혹은 손가락질의 중심에 서게 했던 유명한 작품 <캠벨 수프 캔>의 이미지를 패러디해서 그린 <FAME> 입니다. 미국 문화의 화려함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주제로 삼았던 앤디 워홀은 이 <캠벨 수프 캔> 연작들을 통해 미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대량 생산되는 공장의 물건들처럼 예술도 보편화되길 바라는 메세지, 미국 대중 문화의 경박함, 대중들이 느끼는 공허함 등을 표현해냈다고 해석됩니다. 앤디 워홀로 인해  ‘팝아트’라는 장르까지 새로 생겨나면서 그의 이름과 예술이라는 장르가 둘 다 유명해지고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게 되었으니 그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죠. 저는 앤디 워홀의 예술성, 상업성, 실험 정신 등을 기리고 싶어 이 그림 <FAME>을 그렸습니다. 토마토 캠벨 수프 캔과 비슷한 모양의 캔 한 가운데에서 손이 튀어나와 있죠. 이 손은  부, 명예, 유명세, 세상 사람들의 찬사를 열망하는 손입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노란 별은 방금 열거한 모든 것을 담은 별로, 손에 잡힐 듯 말 듯 바로 앞에서 애태우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도 앤디 워홀이 한 때 그토록 열망했던 것, 잠을 자지 않아도 밥을 먹지 않아도 나를 에너지 넘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그것에 빠져있습니다.  한마디로 나에게서 나온 예술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기를 열망하고 있죠. 저는 20년 동안 순수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면서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얌전히 공부했고, 무난하고 모범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며 한국의 입시 제도에 맞추어 기계처럼 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예술’이라는 것은 보는 이, 듣는 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예술가’는  한마디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광대로서의 역할, 즉 최대한 많은 사람 앞에 서고 자신이 가진 감성을 나누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앤디워홀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지평을 넓힌 작곡가와 음악을 소개해 드릴게요. 19세기 초 이탈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입니다. 바이올린 음악은 파가니니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그는 자신의 현란함의 극치를 달리는 테크닉과 독창적인 감성을 토대로 바이올린 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카프리스(Caprice)란 곡의 형식을 일컫는 말 중 하나로 ‘특정 스타일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요소가 강한 기악곡’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파가니니 카프리스’는 총 24개의 각기 다른 스타일과 테크닉으로 구성된 짧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 들려드릴 마지막 곡, 24번이 제일 화려하고 대중적입니다.  동료 작곡가였던 리스트(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제 6번째 곡)와 브람스(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가 이 곡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아 편곡한 곡들도 유명하지요.
세상이 모두 YES를 외칠 때 혼자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파가니니도 앤디워홀도 시대의 유행이나 흐름을 따르지 않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감성을 그림으로, 음악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그 위대함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손가락질 받고 기괴하다고 외면받아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밀고 나가는 뚝심과 추진력,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은 저도 이 두 예술가들에게서 무척 닮고 싶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