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Muse> x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그림 ‌<Muse> x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얼마 전, 유명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 멤버 중 한명이 ‘여성은 축복받은 존재이다. 예술가에게 시를 쓰게 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게 하는 존재가 여자’라는 발언을 라디오에서 했다가  여성비하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며칠 후 아이돌 본인은 여성비하의 의미에서 한 발언이 아니라며 개인 SNS를 통해 해명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이 가수는 ‘뮤즈’로서의 여성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훑어보다 보면 그의 생애와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뮤즈들이 꼭 있습니다. 유명한 예를 들자면 조각가 로댕과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 금빛의 화가라 불리는 클림트와 에밀리 플뢰게, 작곡가 슈만과 헌신적인 부인 클라라, 작곡가 말러의 바람둥이 아내 알마, 비틀즈의 존 레논과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 오노 요코, 20세기의 슈퍼스타 앤디 워홀과 혜성처럼 나타난 여자 에디 세즈윅...

저에게 있어 ‘뮤즈’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흰 살결에 여리여리한 몸매를 가져 예술가로 하여금 보호 본능을 불러 일으키거나, 혹은 카르멘처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관능이 철철 흘러넘쳐 예술가 내면의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내가 살면서 이제껏 보지 못하고 겪지 못했던 어떤 무언가’가 뮤즈로 인해 불러 일으켜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언가는 곧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는 ‘영감’을 뜻합니다.
저도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는 사람으로써 영감이 쉽사리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이 영감이란 것이 한 번 왔다고 계속 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의 배터리처럼 충전된 양을 다 쓰면 방전이 되어 오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드디어 다가오는가 싶더니 나를 슬쩍 건드리기만 하고 휙 뒤돌아 가버리는 사람과 밀당을 하는 고양이 같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될 수 있도록 한 저만의 ‘영감을 얻는 방법’들을 몇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첫번째로는나 자신을 최대한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노출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집, 자주 다니는 곳,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비슷한데 항상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노출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정한 것이 ‘매일 다른 주제를 정해놓고 살기’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하루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옷 색깔을 그날의  주제로 정해서 하루종일 내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옷을 유심히 살펴보고, 또 하루는 그날 살에 닿는 바람이 어떤 느낌인지 최대한 집중해서 느껴보고, 또 다른 하루는 내가 다니는 길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유심히 맡아보고, 어떤 날은 어디서든 눈을 감고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 몇가지 소리가 나는지 귀 기울여 보고.. 이렇게 오감을 번갈아 사용하며 내가 가진 감각과 감성을 최대한 풍부한 상태가 되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저만의 ‘영감을 얻는 방법’입니다.

둘째, 나보다 이 세상을 먼저 살다간 위대한 예술가들의 전기를 읽거나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도 앞으로의 창작을 위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요즘 활동하는 새로운 미술가나 음악가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이 그린 그림들 혹은 음악들을 눈여겨 보곤 합니다. 요즘에는 포털 사이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서 가지 못할 곳이 없고 찾지 못할 사람이 없죠. 그래서 저는 인터넷이라는 급행열차를 이용하여 지구 건너편에 있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방문하고 그 속을 탐험하는 기쁨을 종종 누리곤 합니다.
셋째, 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또래 친구들이나 선배 아티스트들을 만나서 그들이 보고 느끼는  세상, 그들이 정의하는 예술과 예술가로서의 역할, 지금 예술계가 돌아가는 사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그들이 가진 생각과 감성도 모두 특색 있고 세상 인구수만큼나 다양하겠죠. 다른 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색깔을 잠깐 들여다보고 좋은 아이디어나 사상을 참고하거나 내 인생 안에서 시도해보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렇듯 저에게 있어 뮤즈라는 개념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와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나의 감성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특정 인물’ 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일부러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하고, 나 자신을 어떤 새로운 환경에 데려다 놓는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내 감성이 계속 깨어있고 그 깊이와 폭이 커질 수 있도록 이처럼 능동적인 노력을 하곤 합니다.
오늘의  주제 ‘뮤즈’와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음악가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입니다. 생상은 <동물의 사육제> 를 가벼운 유희를 위해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여러 동물의 이름을 딴 소제목들을 붙여놓고,  어떤 동물을 묘사했는지 음악만 듣고도 사람들이 알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특징인 아름다운 멜로디와 음악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곡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제일 유명한 <백조>라는 곡을 들으면 고즈넉한 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우아한 백조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하면, 이 곡 <수족관>을 들으면 새파랗고 심연을 알 수 없는 바다 속을 배경으로 햇빛에 반사되는 비닐을 반짝이며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떼가 연상이 됩니다. <수족관>이라는 제목을 모르고 이 음악을 들으면 우리가 아는 동화책의 주인공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맨 처음으로 발을 들였을 때 주위에서 들렸을 법한 음악입니다. 처음 보는 꽃과 나무들이 울창한 마법의 숲 사이를 걸어가는 앨리스와 그 옆을 날아다니는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나비들이 연상되기도 하는 신비로운 음악입니다.

오늘은 ‘뮤즈’에 대해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지금까지 여러분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였는지, 그 사람을 뮤즈라고 할 수 있을지,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나만의 뮤즈는 어떤 모습과 성향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