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LOVE> x 슈만 <헌정>


그림 <LOVE> x 슈만 <헌정>

‌며칠 전, 저와 7년간의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가 저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먼 걸음을 해 주었습니다. 3일동안 서울에 있었는데 그 동안 밀린 이야기도 하고, 맛집도 찾아가고, 8월에 있을 독주회 중 한 곡이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듀오 곡인데 그 리허설도 하고 알찬 나날들을 함께 보냈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 유치한  말투와 행동이 다시 나오더라구요. 혹독하고 막막한 세상 속에 던져지기 전,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즐거웠던 날들의 추억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다행히 제가 나이를 헛먹고 있는 건 아닌지 해가 갈수록 깨닫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 깨달음 중 하나가 오랜 친구와의 깊은 우정, 연인과의 뜨거운 사랑,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이 우리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소중한 것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고, 이것들로 인해 어떤 힘든 상황에 빠지더라도 다시금 용기와 희망을 얻어 일어 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축복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을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삶을 보내겠죠. 인간은 날 때도, 갈 때도 혼자이기 때문에 철저히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랑과 우정을 실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몇날 며칠 밤을 새고 이야기해도 시간이 모자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대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일테죠. 개인의 감성과 경험에 따라 사랑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은 온 몸을 떨게 만들만큼 행복한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다른 이에게 사랑은 생각하기만 하면 아쉬움이 남고 눈물이 고이게도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강렬한 사랑의 기억들이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하고 성숙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 만능 주의와, 무한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이 사회 속에서 나와 완전히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 사람과 나의 시간과 경험을 나누며 교감한다는 것은 무척 소중하고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오늘의 주제 ‘사랑’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드릴게요. 독일 출신의 작곡가 슈만의 <헌정>입니다. 슈만이 스승의 딸이었던 클라라와 결혼을 하기 전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드디어 결혼하게 된 전날 밤, 클라라에게 헌정한 가곡집입니다. 당시 활동하던 유명한 시인들의 시에 음악을 붙여 완성한 것인데 <헌정>은 그 중 첫째 곡으로 <미르테의 꽃>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낭만주의 음악 사조의 한가운데 있었던 슈만 음악의 특징은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자유로운 형식을 갖는 것, 음악에 특정한 제목을 붙이고 그에 맞는 감정을 음악으로 하여금 불러 일으키고자 했던 것인데, 이 곡 <헌정>에서도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납니다. 부인 클라라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가득 담아 만든 이 곡 <헌정>의 가사를 한 번 보실까요.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환희, 나의 고통
당신은 나의 세계, 그 안에서 나는 살아갑니다.
나의 하늘인 당신, 그곳으로 나는 날아갑니다.
당신은 나의 무덤, 그속에 나는 슬픔을 영원히 묻어버렸습니다.
당신은 나의 휴식, 나의 평화, 나의 운명
당신의 사랑은 나의 인생을 가치있게 해줍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헌정>의 로맨틱한 가사를 읽으며 음악을 듣고 있자니 제가 다 마음이 벅차고 온 몸이 찌릿찌릿하네요. 몸과 마음을 다하는 사랑을 경험하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편에게 선물 받은 클라라가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이 음악을 들으시면서 자신이 겪었던, 혹은 자신이 꿈꾸는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