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x 유키 구라모토 <Ondine>


그림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x 유키 구라모토 <Ondine>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모딜리아니 전>에 다녀왔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자신만의 뚜렷하고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가졌지만 생전에는 대중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화가, 그래서 가난에 찌든 삶과 건강상의 문제로 한창때인 30대 중반에 사망한 비운의 화가입니다. 여기까지만 봤을때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고흐랑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모딜리아니가 주로 활동한 곳이 당시 예술가들의 집결지인 파리의 몽파르나스 지역인데, 모딜리아니는 몽파르나스의 황태자라고 불릴만큼 잘생긴 외모로 인해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35년동안의 짧은 생애였지만 항상 사랑 받고 사랑하는 삶을 살았던 모딜리아니, 이 점이 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하고 외로움에 찌들어 살다가 생을 마친 고흐와는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아름다운 꽃에는 항상 벌과 나비들이 모여들듯이 모딜리아니의 예술가적 분위기와 잘생긴 외모로 그의 곁에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딜리아는 그 여성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거나 영감을 얻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여성뿐만 아니라 사람을 유난히 좋아한 탓에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의 주변 인물들을 그린 인물화라고 합니다.

모딜리아니 인물화들에는 형식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몬드형의 눈, 길고 뾰족한 코, 야무진 새빨간 입술, 타원형의 긴 얼굴, 사슴같이 긴 목, 삐딱하게 기운 얼굴 각도. 그 중에서도 눈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모딜리아니는 동공을 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눈은 그 사람의 내면으로 통하는 문이다. 내가 그 사람을 완벽히 알 수 없기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다.’ 동공을 그리지 않아서 그림 속 모델의 감정과 깊이를 알 수 없기에 그의 인물화들은 더 신비로운 매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모딜리아니 전을 보고 난 후 집에 와서 그린 그림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입니다. 제가 모딜리아니 그림에서 제일 인상적이라 생각하는 눈과 코 부분을 따라 그려 보았습니다. 모딜리아니가 여성 모델을 앞에 두고 느꼈을 감정을, 각 모델로부터 캐치해낸 특징과 분위기를 그의 입장이 되어서 조금 더 깊이 느껴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작가들, 화가들, 작곡가들이 유명한 글, 그림, 음악 작품을 필사하는 이유가 저와 같은 마음 때문이겠죠.  거장들의 작품을 필사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그 작가의 정신 세계를, 예술성을 알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딜리아니의 여자들>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의 초상화 속 여자들은 꼭 다문 입술 때문인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 표정 떄문인지, 눈물방울을 연상시키는 긴 얼굴형 때문인지 왠지 슬퍼보입니다. 저마다의 사연, 특히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있을 것 같고요.

오늘의 음악으로는 일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 -  Ondine>을 골라보았습니다. 저는 이 곡의 첫 전주만 들어도 눈물이 가득 차오른 눈을 가진 여인의 얼굴이 연상되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강 앞에 서서 창백한 얼굴과 공허한 표정을 한 이 여인.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느라 긴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려 얼굴을 뒤덮어도 깨닫지 못하는 듯합니다. 아마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는 것일 겁니다. 우울하고 슬픔에 잠긴 여인의 기분과는 상반되게 그녀 앞의 강물은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고요. 투명하고 반짝이는 강물을 묘사하는 듯한 하프 소리와 꾹꾹 눌러 참고 있는 여인의 슬픔을 묘사하는 듯한 피아노의 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곡입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얼굴을 한 여인, 이루어지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 모딜리아니의 짧지만 드라마틱했던 생애. 유키 구라모토의 <Ondine>을 들으며 이 모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