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에 들으면 좋을 클래식 음악

발렌타인 데이에 들으면 좋을 클래식 음악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연인 간에 달콤한 초콜릿과 더욱 달달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는 날이죠. 저는 발렌타인데이하면 새하얀 카드, 새빨간 장미, 새까만 초콜릿이 떠오르는데요, 이런 극단적인 색의 조합 덕분에 이국적인 느낌과 로맨틱함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발렌타인데이는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다스리던 로마시대(AD 268-270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황제는 당시 원정출정을 떠나는 병사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결혼을 하고난 후 전장에 나가면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생각에 전투에서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런 억지스러운 법 앞에서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젊은 남녀들을 안타깝게 여긴 발렌타인 신부가 커플들의 결혼을 허락, 주례를 서게 됩니다. 결국은 발각되어 사형되죠. 이 발렌타인 신부를 기념해서 생긴 날이 발렌타인데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하지만 발렌타인데이 때 으레 주고받는 초콜릿 교환 풍습은 일본 유명 초콜릿 회사의 상술이라고 합니다. 살짝 얄미운 상술이지만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달콤한 고마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날이 되었죠. 올해는 초콜릿뿐만 아니라 달콤쌉싸름한 음악들을 같이 선물하면 어떨까요?


P.I.Tchaikovsky – Serenade for Strings Op.48 2nd mov.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 음악으로 알려져있는 <세레나데>.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세레나데라는 장르 이름 때문에 과소평가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곡은 수많은 차이콥스키의 곡들 중에서 가장 밝고 명랑한 곡으로, 평소 존경을 넘어 숭배하던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을 의식적으로 모방하여 작곡한 곡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즐겨듣는 왈츠풍의 2악장은 빈 왈츠의 우아함, 프랑스 발레의 화려함, 차이콥스키 특유의 섬세함이 결합되어 매력적인 맛을 냅니다.  



Johannes Brahms – 6 Piano Pieces No.2 Op.118 ‘Intermezzo’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곡 <인터메조>는 대부분 그의 말년, 여름 별장에서 쓰였습니다. 평생을 짝사랑하던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곡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연을 알고 음악을 들으면 말년의 브람스가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듯한 여유, 넉넉한 성품, 닳고 닳아 이제는 무뎌진 고뇌와 슬픔 등이 느껴집니다.


Alexandr Borodin - String Quartet No.2 3rd mov. ‘Notturno’ 
보로딘은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선 대학 화학 교수, 육군 장교, 여성해방운동가였습니다. 틈틈이 아내의 간병도 해야했고요. 이 바쁜 와중에 작곡을 하려다 보니 ‘일요 작곡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또 특이한 점은 러시아 국민악파의 여느 작곡가와 달리 실내악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관심 속에서 탄생한 <현악사중주 2번>은 보로딘이 20년 전, 사랑을 고백한 날을 기념하여 아내 예카테리나에게 헌정한 작품입니다. 요즘도 연주회에서 단독으로 연주되곤 하는 이 3악장은 사랑하는 아내와의 달콤한 대화를 묘사했다고 합니다. 보로딘, 러시아 1등 로맨티스트로 인정!


L.v.Beethoven – Ich Liebe Dich (난 그대를 사랑해) 
이 곡은 무명시인 Karl Friedrich Herrosee의 시 <부드러운 사랑>에 베토벤이 선율을 붙인 곡으로 시에 나오는 구절을 그대로 제목으로 붙였습니다. 괴로움 앞에서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주자는 내용을 한국식으로 바꾸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 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신만을 사랑하겠소.’


가사: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처럼.
아침이나 저녁이나.
지금까지 우리의 고통을 같이 나누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이 고통들 또한, 우리가 서로 나누어 쉽게 이겨낼 수 있었지요.
당신은 나의 괴로움을 달래주고
당신의 탄식에, 비탄에 나는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도록 해요.
서로를 아끼고 지켜주도록 해요.
우리, 우리 서로를 아껴주도록 해요.  



Clara Schumann – 3 Romanzen Op.22 1st mov.
19세기 독일 최고의 여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 지금은 ‘로베르트의 아내 클라라’라고 불리지만, 당대에는 남편보다도 훨씬 더 유명해 오히려 ‘클라라의 남편 로베르트’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클라라는 남편 로베르트처럼 바이올린 혹은 오보에,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를 작곡했습니다. 여느 곡처럼 서서히 끓어오르지 않고 처음부터 충분히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시작하기에 몰입감이 높은 곡입니다.


 Cecile Chaminade – 6 Etudes de Concert Op.35 No.2 ‘Autumn’
세실 샤미나드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이름입니다. 세실 샤미나드는 프랑스 출신의 여류 작곡가, 피아니스트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쳐서 상업적 성공과 명성을 얻게 됩니다. 덕분에 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죠.
이 곡은 <가을>이라는 제목처럼 놀라우리만큼 부드럽다가도 한 순간 거칠게 몰아치기에 가을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느낌이 듭니다. 



Franz Liszt – Nocturnes No.3 ‘Liebestraum’ (사랑의 꿈)
낭만적인 피아노 음악의 극치를 달리는 이 곡은 리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들어봤을 곡입니다. 독일 시인 프라이리그라트의 서정시 <오, 사랑이여 –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에 리스트가 선율을 붙여 <테너 혹은 소프라노를 위한 3개의 독창곡>으로 출판되었다가, 후에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가사 없이도 작곡가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젊은 날의 사랑을 회상하게 하는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떤 노인이든지 다시 젊어질 수 있다.’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Claude Debussy – Beau Soir L.6 (아름다운 저녁)
가사만 읽어도 어떤 풍경을, 어떤 감정으로 묘사했는지 훅 느껴지는 곡 입니다. ‌


가사:
태양은 지고 강물은 연분홍,
포근한 잔물결이 밀밭 위를 달릴 때,
행복하라는 충고가 사방에서 들리는 듯하다.
올라오는 불안한 마음을 향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매력을 다 누리라는 충고.
저녁이 아름답고, 우리가 젊은 동안에.
우리는 마치 이 물결처럼 언젠가 떠날 것이므로.
물결은 바다로, 우리는 무덤으로.
https://youtu.be/gk0kSlOOnJg


Sergei Rachmaninoff – Symphony No.2 3rd mov.
러시아의 모스크바 음악원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청년 라흐마니노프는 25세에 <심포니 1번>을 초연합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세상에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을 가득 안고 말이죠. 하지만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술에 취한 지휘자, 모스크바 출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지역에서 연주를 한 탓에 연주의 질이 무척 낮았다고 합니다. 세상의 비아냥과 혹평에 충격을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신경쇠약에 걸려 3년 동안 아무 곡도 쓰지 못합니다. 이후 최면요법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피아노 협주곡 2번>, <심포니 2번> 등의 대작들을 쏟아냅니다.
이 <심포니 2번의 3악장>은 클라리넷의 포근한 독주로도 유명한데요, 듣고 있으면 하얗고 두꺼운 솜이불을 덮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Erik Satie – Je Te Veux (난 너를 원해)
한겨울 모닥불처럼 이글거리는 마음을 드러낸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인 에릭 사티의 를 들려드리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맛깔나는 재즈 버전으로 편곡한 이 곡을 들으며 ‘풍성한 머리칼’과 ‘마력의 눈동자’를 가진 매력적인 여인을 상상해볼까요.


가사:
금빛 천사여, 도취된 열매여, 마력의 눈동자여.
나에게 그대 몸을 맡기세요. 난 그대를 원해요.
그대는 반드시 내 것이 될거에요.
나에게 와서 내 고독을 돌봐주세요. 나의 여인이여.
우리는 최고의 행복을 맞을거에요. 그 순간을 기다리기 어렵군요.
그대를 동경합니다.
우아하게 반짝이는 당신의 풍성한 머리는 후광을 받아 빛나고,
나의 마음이 그대 마음에, 그대 입술이 나의 입술이 되어, 그대 눈이 나의 몸에,
나의 몸이 모두 그대의 것이 된다면 얼마나 근사하겠어요.
그래요. 그대 눈동자에는 거룩한 약속이 빛나고 있어요.
사랑스러운 그대는 나의 입맞춤을 두려워하진 않을거에요.
영원히 타는 것 같은 사랑의 불길 안에서, 황홀한 사랑의 꿈속에서,
우리들의 영혼은 하나가 되겠죠.발렌타인 데이에 함께하면 좋을 클래식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