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x 클래식 음악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x 클래식 음악

2018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네 남성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록밴드 퀸, 특히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6-1991)의 일생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국내 개봉한 음악영화 중 1위를 차지하며 역대급 흥행을 일으켰습니다. 퀸의 고향인 영국에서보다 높은 영화 흥행 성적, 극장 안에서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 3면이 스크린으로 된 소수 극장의 매진 열풍 등 인기가 심상치 않더니 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저는 영화의 작품성이나 퀸의 일대기보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의 독특한 제목과 곡 중 사용된 다양한 음악형식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록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이 노래와 클래식 음악의 접점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보헤미안 + 랩소디
‘보헤미안’은 15세기 프랑스 사람들이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의 집시들을 부르던 말입니다. 19세기에 이르러 이 단어는 세속에 물들지 않은 자유로운 방랑자,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예술가를 가리키게 됩니다. ‘랩소디’는 내용과 형식이 비교적 자유롭고 서사적·영웅적·민족적 성격을 지닌 환상적인 기악곡을 뜻합니다. 광시곡이라고도 하죠.


‘보헤미안 랩소디’와 공통점을 가진 클래식 곡
1) 그레고리안 찬트

‘보헤미안 랩소디’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곡을 아카펠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카펠라는 무반주 합창곡을 뜻하며 ‘성가대 풍으로’라는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음악에서 유래했습니다. 악기 소리를 제외하고 목소리만으로 신을 찬양함으로써 경건함을 높이려 한 것이죠. 그레고리 1세(Pope Gregory I, 540-604)가 로마 교황이었을 당시 불리던 것을 간추린 ‘그레고리안 찬트’는 로마 가톨릭의 전통적인 엄숙한 찬송 형태, 전형적인 아카펠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 쇼팽 - 4개의 발라드
아카펠라 도입부가 끝나면 느린 반주와 함께 발라드풍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사랑을 주제로 하는 감상적인 노래라고 알고 있는 발라드는 12세기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음유시인들이 유행시켰고 후에 전 유럽으로 퍼진 음악장르로 역사, 전설, 영웅, 사랑 등의 주제에 대해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춤과 노래에서 독립된 발라드는 이후 자유로운 형식을 가진 서사적인 가곡이나 기악곡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특히 19세기에 작곡된 3부 형식(A-B-A)의 피아노 소품을 발라드라고 칭하는데 피아노 작품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쇼팽의 ‘4개의 발라드’가 유명합니다. 쇼팽의 발라드는 서정성과 테크닉 면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요구하기에 피아니스트라면 필수적으로 공부해야하는 곡입니다.


3) 리스트 - 헝가리안 랩소디 No.2
뛰어난 외모, 흡입력 있는 무대매너와 실력으로 피아노계의 황태자라고 불리던 리스트는 9개의 ‘헝가리안 랩소디’를 작곡하였는데 그 중 2번이 제일 유명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리스트의 고향인 헝가리 민속음악의 색깔이 진하게 드러나는 곡이죠. 원곡은 피아노 독주곡이지만 높은 인기를 누렸기에 오케스트라 곡, 피아노 듀오로도 직접 편곡했습니다. 헝가리 민속음악 혹은 춤음악은 느리고 서정적인 Lassan이라는 전반부와 빠르고 흥겨운 Friska라는 후반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부분이 갑자기 대비되면서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것이죠.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이나 라벨의 ‘찌간느’ 등 집시의 모습을 그린 음악들은 대개 이러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 모차르트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보헤미안 랩소디’ 속에는 갈릴레오, 피가로, 맘마미아 등 맥락도 없이 익살스러운 단어들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곡의 오페라적 요소, 신비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단어들로 특별한 뜻은 없다고 해석됩니다. 왜 하필 피가로였을까요? 모차르트의 4대 오페라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은 당시 기득권의 타락, 문란함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당시 대중음악계에 던진 충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은 이미 ‘피가로의 결혼’에서 시작되었다”라고 할 만큼 프랑스에서는 그 후풍이 더욱 거셌습니다. 귀족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비판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궁정에 의해 희곡 출판이 금지되었고,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5) 베르디 -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의 아리아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다른 멤버들이 록 공연을 보러갈 때 혼자 오페라를 보러갈 정도로 오페라 광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 1983년, 스페인 출신의 프리마돈나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é, 1933-2018)의 공연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친분을 쌓게 됩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위한 노래 ‘바르셀로나’를 프레디가 작사, 작곡하여 그녀와 이중창을 부르기도 했죠. 1991년 11월, 프레디 머큐리의 장례식에서 카바예는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의 아리아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를 부릅니다. 13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깊은 우정과 음악적 교감을 나누었던 그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이죠.


생전 프레디 머큐리는 ‘Mama, just killed a man’ 등 노래 속 난해한 가사들의 의미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재창조되는 것이고 각자의 해석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곡을 들어도 사람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죠. 이것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이유이자 묘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