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사육제, 어디까지 알고 있니?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거북이 악장을 듣고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



프랑스의 모차르트, 생상스

잠깐 베토벤이 활동했던 고전시대 복습을 하고 들어갈까요? 베토벤(독일, 1770-1827)이 수많은 기악음악, 특히 완벽에 가까운 9개의 교향곡을 남겼기 때문에 후대 작곡가들은 자연스럽게 성악곡, 오페라 작곡에 열을 쏟게 됩니다. 그러다 19세기 후반 세자르 프랑크(프랑스, 1822-1890), 카미유 생상스(프랑스, 1835-1921)가 다시 순수 기악음악을 작곡하며 프랑스의 근대 음악 시기를 꽃피우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생상스는 ‘프랑스의 모차르트’라고 불리며 어린 나이부터 작곡과 오르간에 두각을 보였습니다. 13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 16살에 첫 교향곡을 작곡했고, 22살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마들렌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됨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았죠. 자신이 사랑하는 오르간을 위한 곡들을 꾸준히 작곡했습니다. ‘오르간 환상곡’, ‘3개의 전주곡과 푸가’ 등이 대표작이죠. 오르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편성의 음악을 골고루 작곡했는데 ‘교향곡 3번 오르간’, ‘피아노 협주곡 2번’, ‘서주와 론도와 카프리치오소’,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교향시 ‘죽음의 무도’ 등이 있습니다.


생상스는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시도 짓고, 철학도 연구하고, 천문학을 좋아해 천체망원경을 제작하기도 하고, 국민음악협회의 부회장으로 15년을 지내고, 후배 작곡가들의 곡을 발굴하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아프리카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여행도 부지런히 다니고, 책도 여러 권 남겼습니다. 이렇게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부르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대표적 르네상스형 인간이고요. 오죽하면 선배 작곡가이자 독설로 유명했던 베를리오즈(프랑스, 1803-1869)가 “생상스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한 가지가 부족하다. 바로 경험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아쿠아리움 악장을 듣고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




아이러니한 ‘동물의 사육제’의 성공

그의 수많은 대표곡 중에서도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곡 ‘동물의 사육제 The carnival of animals’는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과 함께 방학 때마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됩니다. 우선 곡 제목 속 ‘사육제 carnival’의 뜻부터 살펴볼까요. 사육제는 가톨릭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에서 매년 2월 중순에서 말에 열리는 축제를 말합니다. 부활절 전 40일 동안 금식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절제하며 지내는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하는데, 사순절 직전에 고기를 포함한 각종 음식을 배불리 먹고, 평소에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장난과 탈선을 시도하며 일종의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생상스가 굳이 이 단어를 곡 제목에 넣은 것도 축제 분위기의 가벼움, 자유분방함을 표현하려고 한 것입니다. 각 동물의 특징을 음악으로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것 말고도 동물의 사육제에는 재밌는 사연이 숨어있습니다.


51세의 생상스는 유럽 전역으로 연주여행을 떠납니다. 꽤 많은 연주일정이 잡혀있었고요. 하지만 첫날부터 복병을 만나게 됩니다. 그가 50세에 쓴 책 ‘화성과 선율’의 내용 중 바그너(독일, 1813-1883)를 비판하는 내용에 반발한 바그너의 팬들이 나타나 그의 연주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연주회가 취소되고 단 2번의 무대에만 설 수 있었습니다. 연주여행의 실패 이후 울적한 기분으로 지내던 생상스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쿠르담으로 휴양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오래된 친구로부터 사육제 마지막 날에 열릴 음악회에서 연주될 곡 작곡을 부탁받죠. 이 곡이 바로 동물원의 환상곡이라고도 불리는 ‘동물의 사육제’로 이 곡은 총 14개의 짧은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악장마다 특정 동물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사자왕, 암탉과 수탉,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수족관, 노새, 뻐꾸기, 각종 새, 피아니스트, 화석, 백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전에 묘사되었던 모든 동물들이 나오는 떠들썩한 피날레 악장. 동물의 일종인 사람과, 먼 옛날 동물의 육신을 가졌던 화석이 곡 속에 포함된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원곡은 10여 명으로 이루어진 실내악 편성으로 생상스 자신도 사육제 마지막 날에 열린 초연에 참여했습니다.


생상스는 생전에 13번째 악장인 ‘백조’를 제외하고는 공개적인 연주도, 출판도 금지했습니다. 이 곡으로 인해 자신이 작곡을 장난스럽게 여기는 가벼운 작곡가로 인식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생상스 사후에야 전곡이 출판되었고 원래 버전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도 편곡되어 많이 연주됩니다. 본인의 소망과는 달리 이 곡이 세상에 나오고, 메가히트를 친 것을 알면 하늘의 생상스는 어떤 기분일까요? 맨 마지막 악장인 피날레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지 않을까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필자가 음악을 들으며 그림 그리는 과정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사자왕의 행진 https://youtu.be/1Yop5nuMGmM 

백조 https://youtu.be/71aXyH8c1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