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 뭉크만 있는게 아니야! 153cm의 거인 그리그

키가 153cm로 아담했던 그리그와 그의 부인 니나



19세기 국민주의 음악

바로크부터 낭만에 이르기까지 서양 음악의 중심지는 서유럽, 그중에서도 독일 위주였습니다. 하지만 1848년 프랑스 2월혁명을 계기로 강대국의 지배를 받던 나라들 사이에서 독립운동의 기운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 독립운동은 음악계에도 영향을 주어 보헤미아, 러시아, 북유럽 각지에서 자국민의 정신과 전통을 담은 음악을 재해석,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일어납니다. 러시아에서는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큐이, 발라키레프로 구성된 러시아 5인조가, 동유럽 체코에서는 스메타나, 드보르작, 야나체크 등의 민족색 짙은 음악들이 사랑받았고,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시벨리우스가, 노르웨이에서는 그리그가 각광 받았습니다. 특히 그리그는 ‘북유럽의 쇼팽’이라고 불리며 국민작곡가로 대우받았습니다.



유명 초상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가 그린 그리그의 초상화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서 최초의 음악교육을 받았던 그리그는 15세에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엄격하고 보수적인 음악원의 분위기에 실망한 그리그는 3년 반 만에 학업을 마치고 귀국합니다. 24세에는 사촌 동생인 니나(Nina Hagerup, 1845-1935)와 결혼을 하여 충실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데 성악가였던 그녀는 무대 위에서 남편의 작품을 노래하며 그의 작곡 활동을 든든하게 지원해주었죠.

그리그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성격 탓에 관현악곡, 오페라 같은 대곡보다는 피아노 독주곡, 가곡 같은 작은 규모의 곡들이 더 많이 작곡되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도 그의 유일한 협주곡이지만 누구나 첫 소절만 들어도 알만한 명곡을 탄생시켰습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것일까요. 그리그의 음악을 접했던 차이코프스키(P.I.Tchaikovsky 1840-1893)는 "그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음표로 표현했다"라고 평했습니다.

자국에서도 그의 음악성을 인정하고 높은 대우를 해주었는데 여러 개의 훈장을 수여, 그가 사망했을 때는 국장으로 예우했습니다. 지금도 노르웨이 베르겐에 위치한 그리그의 생가에 가면 그가 쓰던 피아노, 오선지, 만년필 등을 보존해놓고 그가 좋아했던 너른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대표곡 

마음의 선율 Op.5-3

‘난 너를 사랑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노래는 사촌동생 니나와 약혼한 연도에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작곡 의도, 내용과 어울리게 차고 넘치게 달달한 기운을 담고 있습니다.


노드라크를 추모하는 장송 행진곡 EG.107

노르웨이 민속 음악을 부흥시키기로 서로 결의했으나 요절해버린 동료 작곡가, 노드라크(Rikard Nordraak, 1842-1866)를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후에 그리그 본인의 죽음이 가까워 오자 이 악보를 품에 안고 다녔고, 실제로 그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 <장송 행진곡> 또한 같이 연주되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Op.16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듣고는 "이것이야말로 스칸디나비아 혼이다."라고 극찬하면서 그리그에게 "지금 잘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는 대로만 계속하십시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첫 부분의 드라마틱한 테마가 인상적이며 피아노 협주곡 레파토리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곡입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 Op.23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 <인형의 집> 같은 사회문제극이 그의 대표작이며 오늘날에는 ‘현대극의 아버지’라고 불리죠. <페르 귄트>는 건달 청년 페르 귄트의 모험과 인생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당시 파격적인 형식이었던 장편 사상시 형식으로 쓰여졌고, 노르웨이 민화 속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이 난해한 희곡의 부수음악을 의뢰받은 그리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결국 각 악장마다 개성을 살려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아침의 기분,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산 속 마왕의 궁정에서 등 모든 곡이 유명해졌고 그리그 인생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죠.


홀베르그 모음곡 Op.40

현악합주 공연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이 곡은 원래 서정적인 피아노 솔로가 원곡입니다. 현악합주로 편곡되면서 화려함과 에너지가 더해졌습니다. 두 가지 버전을 비교해가면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Op.45

그가 작곡한 3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제일 유명한 작품으로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Franz von Lehnbach, 1836-1904)에게 헌정된 곡입니다. 렌바흐는 당시 황제 빌헬름 1세의 초상을 그리는 등 초상화가로 유명했고 바그너, 리스트, 슈만 부부 등 음악가들의 초상화 역시 그의 화풍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